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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행] 인도 타지마할, 불멸의 사랑이 남긴‘영혼의 궁전’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4. 27. 22:54
무굴제국 샤자한, 두 번째 부인 뭄타즈 마할의 죽음 슬퍼하며 22년 대역사
순백의 대리석 무덤, 시시각각 다른 신비의 자태로 전세계 관광객 유혹
▲ 연못에 비친 타지마할의 모습이 아름답다.

아그라는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약 200㎞ 남쪽으로 내려온 곳에 있는 조용한 도시이다. 한때 무굴제국의 영광을 한몸에 받으며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던 이곳은 무굴제국이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서면서 함께 몰락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아그라를 지금까지 기억하며 한번쯤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여기는 것은 바로 타지마할 때문이다. 만일 이 건물마저 없었다면 아그라는 인도에 널려 있는 유서 깊은 도시들 중 하나로만 기억되는 서러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그라의 여행은 타지마할을 위한 발걸음이라 장담할 수 있다.


무굴제국의 찬란한 영화가 아그라를 뒤덮을 무렵, 키도 작고 피부도 까만 전형적인 드라비아 여인이 있었다. 무굴제국의 왕이었던 샤자한(Shah Jahan) 의 두 번째 부인이 된 그녀에게 ‘궁전의 꽃’이라는 의미의 뭄타즈 마할(Mumtaz Mahal)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다른 왕비들에 비해 빼어난 미모는 아니었지만 왕의 총애를 듬뿍 받았다. 그녀의 꾸밈없는 밝은 성격과 돋보이는 지성은 주변 사람을 늘 즐겁게 하였고 샤자한의 마음을 헤아려 하나부터 열까지 배려하는 모습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샤자한은 이제 더 이상 그녀 없이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결혼 생활을 함께 한 것이 17년인데 무려 14명의 자식을 낳은 것도 그녀와의 돈독한 사랑이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열다섯 번째 아이를 낳으려다가 그만 세상을 떠나버렸다. 하늘이 보내주었다고 믿었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던 그녀와 이제 함께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숨 쉴 수 없다는 사실은 샤자한을 지옥과도 같은 슬픔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녀에 대한 그리움에 그는 2년 동안 상복을 벗지 않았고 그녀를 위해 22년간에 걸쳐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타지마할이다.


▲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상인의 모습.
세계 각지서 기술자 등 2만명 동원

‘마할의 왕관’이라는 의미의 타지마할은 눈치를 챘듯이 왕비 뭄타즈 마할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갠지스강과 더불어 인도의 2대 강줄기에 드는 야무나 강변에 세워진 이 신비스러운 건축물은 뭄타즈 마할이 죽은 해인 1631년부터 샤자한이 지극히 사랑하던 아내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 귀한 돌을 수집해 짓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작 연도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학설이 분분하지만 타지마할 벽에 새겨진 이야기에 따르면 이때가 가장 정확한 것으로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를 만들고자 하는 왕의 의지 덕분에 이 공사는 국가적 대공사가 되었다. 막대한 예산과 노동력은 물론이고 세계 각지의 기술자들이 아그라로 모여들었다. 건축가는 페르시아 출신의 우스타드 아샤와 이란 출신의 이사칸이 초빙되었고 각 분야별로 보르도, 베네치아 등지의 기술자들이 참가하였다.


이때 사용된 돌은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우즈베크, 이탈리아, 프랑스에서까지 구해온 것으로 가히 세계적 공사라고 이야기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타지마할에 사용된 순백의 대리석은 라자스탄에서 운반해 온 것이었다. 내부와 외부는 장밋빛 석류석과 터키산 옥, 산호, 황금빛 호반석과 비취, 그리고 녹색 옥 등의 갖가지 보석으로 장식했다. 이때 동원된 건축가와 인부만 해도 약 2만명이었다고 전해지니 그 공사의 규모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완벽한 대칭구조, 건축학자들도 감탄

폭 350m, 길이 580m 규모의 타지마할은 정문에서 약 250m 떨어져 있다. 중앙을 중심축으로 하여 좌·우측이 정원, 연못, 나무 등과 함께 완벽한 대칭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전체적 대칭 구조와 더불어 건물에 사용된 기하학적 계산의 완벽함은 지금의 건축학자들이 보아도 감탄해 마지않는다. 이 모든 것은 아주 계획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무굴제국의 건축 관행은 나중에 증축하거나 개축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건축가들은 처음부터 하나의 통일체로서 타지마할을 구상하고 설계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중심부에 놓인 기다란 연못 위에 거울처럼 비쳐 보이는 타지마할의 모습은 그 신비스러움을 더하는데, 그 때문인지 몰라도 타지마할의 입구에서 묘까지 거리가 한층 멀게 느껴진다.

건축학적으로도 그 완성미를 높게 평가받는 타지마할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아름다움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건물 자체가 살아있는 듯 불가사의한 생명력을 발산하는데 진짜 영혼이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흔히 ‘백색의 진주’나 ‘꿈의 궁전’으로 불리는 타지마할은 낮에는 흰색으로 보이지만 아침에는 자줏빛, 황혼녘에는 황금빛, 그리고 보랏빛과 푸른빛 등 그 색채가 수없이 변화한다고 한다. 보름달 밤의 달빛에 반사되어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내는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타지마할 부근의 높은 언덕이나 다른 건물 위에서라야 이 느낌을 살짝 맛볼 수 있다.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 영국의 작가 키플링은 타지마할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적어 놓았다. “순수한 모든 것, 성스러운 모든 것, 그리고 불행한 모든 것의 결정이다. 이 건물의 신비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왕과 왕비는 타지마할의 지하 묘실에 안치되어 영면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비록 수많은 관광객의 방문으로 조용한 시간을 보내지 못할지언정 그들은 지금 또 다시 긴 여행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영원한 사랑, 그것은 분명 인간의 커다란 소망이고 꼭 이루고 싶은 로망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랑을 꿈꾸고 있을 뿐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생이 끝나기 전에. ▒


▲ 야무나강에서 바라본 타지마할의 모습. 야무나 강변은 아그라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 / *아래에서 올려다본 타지마할의 모습.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흰 대리석은 다양한 빛깔을 연출한다.
인도의 아름다운 건축물

인도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한 도시에 머물다 오는 경우가 드물다. 아그라를 중심으로 흔히 여행하는 곳은 델리와 라자스탄 지방의 주요 도시들이다. 라자스탄은 역사적 도시들이 많은 곳으로 아름다운 성들이 즐비하다. 그 가운데 몇 곳을 함께 추천해 본다.

자이푸르의 하와 마할 궁전
1799년 자이푸르의 마하라자가 지은 궁전. 구시가지에 있는 하와 마할은 ‘바람의 궁전’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건물로 자이푸르의 상징적 건축물이다. 짙은 분홍색으로 채색된 이 화려한 건축물에는 953개의 격자형 창문이 벌집처럼 붙어 있다.

우다이푸르의 레이크 팰리스
피촐라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궁전 호텔.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이곳은 흰색의 호텔로 마치 꿈속의 궁전과도 같이 황홀하다. 호텔 내부는 온통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고 다채로운 색깔의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18세기 마하라자의 별궁이었던 이곳이 호텔로 사용된 후 세계 유명인들이 이 호텔을 즐겨 찾고 있다.

파테푸르 시크리의 유적지
무굴제국의 황제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인물로 알려진 아크바르에 의하여 세워진 유적지로 붉은색 건축물들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1565년에 세워져 영화를 누렸지만 물이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에 이곳을 버리고 아그라로 수도를 옮겼다. 그 후로는 주인을 잃은 유적지로 남아 있다.


/ 아그라 = 글·사진 오상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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